제주에서 겪었던 이야기, 나만의 현장체험학습 등을 남겨 주세요. 우수작은 “감동문집”으로 발간됩니다.
작성일 : 16-06-07 19:09
제주도의 두 얼굴
글쓴이 :
이수민
조회 : 8,307
충북 증평군 형석고등학교 1학년
2016년 5월 18일 첫 고등학교 친구들과 제주도 현장체험학습으로 모두 들떠 있는 우리였다.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여행전날 짐을 싸 공항으로 출발했다. 나는 비행기를 타본 적이 몇 번 있었지만 친구들과 타본 것은 처음이었다. 친구들과 같이 비행기를 타니 기분이 괜히 들뜨곤 했다. 제주도는 그렇게 멀지않았다. 한 40분정도에 걸쳐 제주도에 도착했다. 제주공항에서 바로 이동한 곳은 ‘용두암’ 이라는 멋진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용머리모양을 하고 있는 바위였다. 바다를 바라보니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과 함께 오랜만에 본 바다가 너무 반가웠다. 바다도 우리를 반기는 듯 잔잔한 파도와 파란하늘이 우리를 향해 빛을 내고 있었다. 푸르고 아름다운 바다의 멋진 풍경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우리는 ‘소인국 테마파크’ 로 걸음을 옮겼다. 세계의 유명건축물과 문화유산 조형물을 모아둔 관광지인 소인국 테마파크에 들어서자 텔레비전으로만 봤던 자유의 여신상, 에펠탑처럼 세계 유명건축물들이 귀엽게 작은 모형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건물들과 사진을 찍을 때마다 마치 해외에 온 것 같은 실감이 들었다. 힘든 코스를 마치고 숙소로 들어오자 몸에 힘이 빠졌지만 맛있는 숙소급식 덕분에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저녁을 먹고, 레크리에이션이 이어졌다. 친구들의 춤과 노래가 시작되었고 내 마음이 노래 소리에 맞추어 쿵쿵 뛰기 시작했다. 친구들에게 열심히 호응하느라 땀이 내 옷을 적시는 줄 모르고 레크리에이션을 즐겼다. 그렇게 체험학습의 하루가 빛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체험학습의 둘째 날, 숙소에서 아침 조식을 간단히 먹고 우리는 ‘제주 4.3 평화공원’에 갔다. 예전 중학교 역사시간에 제주4.3사건에 대해 간략하게 배운 것이 어렴풋하게 기억이 났다. 제주 4.3사건은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제주도민들이 희생당한 비참한 사건이라고 배웠던 것이 기억난다. 하지만 배경지식 정도로만 알고 평화공원에 들어갔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들어가자마자 가이드 분께서 한 동영상을 보여주셔서 그 동영상을 시청하게 되었는데 그 영상내용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제주 4.3사건의 전개와 발단 그리고 제주도민의 억울한 희생을 고스란히 나타내주고 있었다. 영상을 보고나니 마음 한구석이 울컥하기도 하고 화가 났다. 영상을 끝까지 보고 박물관을 관람하는데 관람하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중학생 때 교과서로 배웠던 내용 보다는 더 그들의 아픔이 내게 전해지는 듯했기 때문이다. 비좁은 곳에 수많은 제주도민들을 강제로 집어넣어 고통 받게 하고,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었던 그 모습들이 나를 더 오싹하게 만들었다. 그 당시 고통받아온 제주도민들의 마음들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많은 제주도민들이 억울하게 희생되었지만 우리는 그저 제주도를 아름다운 휴양지, 관광지라는 타이틀 만으로 제주 4.3사건에서 희생된 많은 제주도민들을 쉽게 못보고 지나치는 것이 있지는 않을까...
이번에 제주 4.3 평화공원을 다녀온 계기로 정말 생각을 많이 해본 것 같다. 제목을 ‘제주도의 두 얼굴’ 이라고 지은 이유도 이 사건으로 인해 깨달은 게 정말 많았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푸른 바다와 재미있는 놀 거리로 이루어진 제주도일지 모르지만 우리가 좀 더 깊이 있게 바라보면 제주도는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어두운 면이 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제주도에 오는 많은 관광객들과 많은 학생들이 그저 눈앞에 펼쳐진 푸른 바다와 맛있는 먹거리에만 관심을 갖지 않고, 제주 4.3사건이라는 우리나라의 뼈아픈 역사를 한번이라도 되새겼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여행의 마무리 셋째 날은 우리 모두 제주도여행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아쉬움 때문인지 몸에 피로 때문인지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 같았다. 그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우리는 ‘송악산 올레길’ 에 올라갔다. 절벽 위 올레길과 절벽아래 바다는 하나의 수채화 같아 보였고 그 길 위를 걷고 있는 우리는 마치 동화의 한 장면 같았다. 무더운 햇빛은 우리의 올레길 산책을 방해하였지만 시원한 바람소리와 파란 파도소리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식혀주는 듯 했다. 이제 떠나기 아쉬운 체험학습의 마지막 코스로, 서커스를 보러갔다. 서커스에서는 서커스단원들이 마치 공중 부양하듯이 공중에 매달려 묘기를 부리고, 위험천만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혹여나 떨어지지는 않을까 마음이 조마조마해 지면서 간이 콩알 만해졌다. 단원들이 오토바이로 아찔한 스피드를 보여주는데 정말 내가 더 아찔했다. 하지만 이 서커스단의 묘기들도 우리들의 제주도 여행의 아쉬움을 달래 주지는 못했다.
어느덧 우리는 모든 일정을 끝마치고 길다고 생각하면 길고 짧다고 생각하면 짧은 제주도를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 체험학습의 코스가 너무 빠듯해서 몸이 힘들고 구경을 여유롭게 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다양하고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 만족했다. 나는 친구들과 제주도에서 멋지고 많은 추억들을 가지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저 멀리 창밖으로 보이는 제주도는 우리를 배웅하는 듯 바람에 맞추어 제주 야자수들이 우리에게 다음에 꼭 다시 오라는 듯 손을 흔들고 있었다. 어쩌면 이 제주도의 3일간의 추억은 돈으로 사는 기념품보다 더 값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행기에 앉아 멀어져가는 제주도를 보며 제주도에서 느꼈던 모든 기억들을 되새기며 과연 나중에 내가 어른이 되서 지금 친구들과 다시 제주도를 여행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그 날을 바래본다. 이번 체험학습은 많은 깨달음과 친구들과의 추억을 갖게 해주는 의미 있는 여행이 되었다. 고등학교 입학 후 학업에 치중해서 힘든 나에게 이번 제주도 여행은 꿀처럼 달콤하고 힐링이 되는 시간 이었다.